일요일, 서울 모처에 갔다가 볼일 끝나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같은 엘리베이터에 40~50대 사이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타셨다.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두 분이서 오붓하게 부부 데이트 나와 영화구경이나 외식이라도 하셨던 듯 한데, 부인께선 못마땅하신 일이 있으셨던지 바가지를 긁고 계시더라.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싫어도 귀에 들어오는지라 어쩔 수 없이 듣다 보니 오늘 있었던 일에 한한 게 아니라 뭔가 이것 저것 쌓인 불만이 다 흘러 나오는 듯 하던데, 내가 놀란 건 그 다그치는 태도였다.
그냥 분노, 짜증, 그런 게 아니라 남편을 웬수마냥, 갈아마시기라도 할 듯한, 달겨드는 살쾡이가 떠오르는 정도의 표독함. 남편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모멸 섞인 언동.
평소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불평 불만의 대상이 되어 쏟아져 나오는 험악한 분위기에 남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고, 좁은 공간에 동석한 생판 남의 존재는 잊은 듯 쏟아내는 멸시와 저주는 이 부부가 평소에 어떻게 살길래 좋은 나들이 길 나와서 이런 분위기로 이어지게 되었는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부인은 그렇게 쏟아내고 홀가분해졌을까.
부인에게 멸시당하는 모습을 제삼자 앞에서 피로한 남편은 계속 그렇게 묵묵하게 지낼까.
평소에도 그런 관계로 살고 있을까.
그건 대체 무엇을 위한 부부관계이고, 가족인걸까.
이미 늦어도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도 더 늦기 전에 한 줌 남은 환상과 욕심을 버리고 슬슬 가정을 꾸릴까 하던 내 갈대심지가 그날의 북풍한설 구경으로 뚝 꺾이는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면, 끝까지 꿈과 환상을 쫓아 봐야겠다.
그래봐야 내 이상의 반려는, 같은 취미를 누릴 수 있고 어머님 잘 모실 수 있는, 거창한지 소박한지 모를 그런 것 정도긴 하지만.
뱀다리. 이런 고민 보통 20대에 하는 것 같은데....
뱀다리 둘. 쫓고 있기는 하냐.. 그냥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것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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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공감가는 글입니다.
가끔 주변에서 저렇게 서로 힘들어하고
미워하려고 결혼하고 아이 낳은게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들때가있지요...
...뱀발에도 격하게 동감.
제가 블로그에서 썼다시피, 그런게 듣기 싫어서 한마디 했다가
아주 독박을 쓴 겁니다. 제 후배가 어처구니 없이 당하기도 했고..
교양이 없는거죠...저건..
사정은 모르겠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혼자서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둘이서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모든건 팔자소관이니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