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원페행에 부차적으로 따라붙은 토요일 일정-그것은 현재 호평하에 상영중인 극장 애니메이션들을 보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여름에도 에바:파를 보기도 했습니다만.. 그때는 아무래도 개봉한지 꽤 된 때라 그다지 걱정하진 않았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보고 싶은 작품은 세 타이틀. 거기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제가 간 날이 바로 개봉일!
쏟아지는 관심을 생각하면 이거 당일 가서 표 구할 수나 있을까? 걱정될 판이었죠.

사이타마로 가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음.. 정말 가깝습니까? 제가 보기엔 신쥬쿠에서 사이타마 가는 거나 마쿠하리 가는 거나 비슷해 보이는..
그래도 다음 기회에는 아마 분명히 사이타마를 가겠죠.

이번에 목표로 삼은 극장은 시네 리브르 이케부쿠로. 그리고 시네마선샤인 이케부쿠로의 두 군데입니다.
모두 이케부쿠로 역에서 가깝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네마선샤인은 인터넷 예매(소실을 포함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택했습니다.
(시네리브르도 티켓피아인가? 그런 사이트 통해서 예매가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만 꽤 복잡해서 찾다 포기..)

1. 시네리브르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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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나노하 극장판이 목적입니다. 이케부쿠로역 서부 입구로 나와 왼쪽 방향으로 전진. 매우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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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줄이..! 2주차에도 불구하고 이 덕심이란 대체..
사실은, 아직 시네리브르가 입주한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아 극장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표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었고 (종이에 프린트한 시간표를 보여주면서 원하는 상영 시간대를 고르게 한 것이 참 클래식하면서도 일본어가 서툰 사람에겐 참 편하기도 하고..) 관람도 수월하게 마쳤습니다.
스크린 진짜 작더군요.. 이건 무슨 시민회관 극장도 아니고.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제일 작은 상영관도 이것보단 훨씬 큽니다.
덕분에 꽤 앞쪽(E열)에 앉았는데도 스크린이 눈에 다 들어옵니다.

시네 리브르는 '이런 쪽' 영화 전문인가요? 상영 예정작들이 동쪽의 에덴 2, 문학소녀, 개구리왕자.. 예정에 있는 실사영화조차도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나노하 외에 밀레니엄이란 영화가 하나 더 상영중이었는데, 밀레니엄은 단 2회고 나머지는 나노하로 채웠더군요.

영화는 대만족! 나노하 1기에서 '카드캡터 사쿠라'스런 포인트를 모두 빼 버리고 핵심적인 이야기만 추려내고 가감해서 아주 잘 배열했습니다.
전개의 템포가 아주 좋아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간간이 보이는 TVA같은 작화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신규작화파트가 신작화라 눈은 엄청 즐겁습니다.
나노하는 특유의 굳건한 심지에 늠름함이 더해지면서 실로 본편의 히어로! 소름끼칠정도로 박력이 넘쳐 흐르는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는 그야말로 최종보스의 포스.
그런가 하면 페이트는, 스탭의 애정이 느껴질 정도의 예쁜 선으로 그려졌고 전투 중에도 여성스런 몸가짐을 흘려보여주면서 명명백백 히로인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낼모레가 마흔인데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보면서 눈물흘리고 있는 나. 괜찮은가?

알게 뭡니까 ㅠ_ㅠ 재밌으니까 됐어!
출시되면 사서 두고두고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좋을 애니메이션.

아, 그런데 덕페씨가 왜 다섯 번 봤는지 알겠더군요.

관람 특전으로 리피트 포인트 카드랑 포스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리피트 포인트 카드는 아시는대로 두 번 보면 사인지, 세 번 보면 필름컷을 제공하는 그것이고요.
포스터는 두 종류 중 한 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특전을 다 건지려면 다섯 번 봐야 합니다.. (리피트 특전 회수용 3회, 포스터 2장 회수용 2회)

저는 덕이 아니라서 한 번만 보고 나노하 포스터 받아왔습니다.. (랄까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2. 시네마선샤인 이케부쿠로 오전 11시
극장 위치도 미리 파악할 겸, 홈페이지에서 예매한 e티켓을 사용해 입장권을 발권받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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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역 동쪽 출입구로 나가 빅카메라를 지나 롯데리아를 지나치면 시네마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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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앞에서 줄서는 광경이 의외로 흔했는데, 아무래도 극장 건물 내부에 사람들을 수용할만한 공간이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줄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틀림없다. 소실이다... UBW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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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티켓 발권기가 있어, 여기에 예매번호와 예매 때 사용한 비밀번호를 입력해 티켓을 발권받습니다.
지금 시간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오후에 다시 가니 e티켓 발권기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3. 시네마선샤인 이케부쿠로 오후 4시
페이트 스테이나잇 U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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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페이트 잘 몰라요. 성배전쟁의 설정도 전혀 모르고. 그저 기왕 시간대가 맞으니까 이것도 봐야지. 랄까.
였는데, (피로도 있어서 솔직히 중간에 살짝 졸긴 했습니다만) 의외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일단 액션이 꽤 화려하니까.. 그리고 액션 외의 일반 컷도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서 눈도 즐겁고.

그런데, 마력공급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옷 안 벗어도 되잖냐 너희들..

스크린은 아까 시네리브르보단 약간 큰데 그래도 작네요.. 아니 작년에 에바 본 도큐밀라노는 꽤 컸는데.
그런데 여긴 스크린도 그렇지만 의자가 이상하게 작고 낮아요.
그래도 뭐 일단 여기까진 그럭저럭했습니다만..

4. 시네마선샤인 이케부쿠로 오후 6시
드디어 대망의 소실입니다. 페이트 끝나자 마자 바로 상영관 이동.

상영 전 무대인사가 있었다는데, 전타임 상영분인지 제가 입장하기 전에 한 건지.. 시간을 못 맞춰서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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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패널은, 사진찍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면에서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팝콘, 콜라 사는데도 줄이 길게 서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들어간게 정답이었달까요.
워낙 상영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드나드는 사람이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낮은 의자가 여기서 크리티컬. 러닝타임동안 허리 아파서 혼났습니다..


소실은, 그야말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전쟁과 평화'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2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이 배우로서 연기한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집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완벽합니다. 쿈과 나가토의 풍부한 표정 변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루히는 태양같습니다. 소실편에서의 등장시간이 매우 짧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씬마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줍니다.

그때문에 하루히가 사라진 이후 나가토 유키의, 소실에 맞춰 재정립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다르게 보자면 유키를 히로인의 위치에 올려놓기 위해- 오프닝 시퀀스에서 하루히가 그 잠깐동안 심어놓은 인상에 맞먹는 인상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모됩니다.
'유키'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시간배분으로서는 적절하고, 그만큼 하루히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강렬한가를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하루히라는 컨텐츠의, 하루히의 캐릭터성에서 비롯되는 본질, 그리고 그 본질을 제거하고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전개 양쪽을 고르게 살려놓고 있습니다.

쿄애니가 남긴 하루히 애니메이션의 탁월함은 라이브씬이나 엔딩 댄스 같은 것에서 비롯되는게 아니라, 원작 소설의 묘사를 애니메이션이 전혀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소설 한 줄 한 줄마다의 묘사를 화면에 그대로 재현해 냄으로서 거의 모든 화면에서 의미가 생기고, 원작자가 의도한 사건의 흐름이나 복선에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 따라가게 됩니다.

그같은 장점은 소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소실 한 권을 모조리 영상화하여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러닝 타임이 이다지도 길어진 듯 합니다.
하루히 전 에피소드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소실편이 갖는 구성상의 장점도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계승되어 애니메이션 또한 밀도높은 전개를 보여주고 전체적으로 균형 좋은 기승전결의 교과서적인 흐름을 깔끔하게 이끌어 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소실편은 블럭버스터적인 오락성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액션이나 스케일 큰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긴 러닝타임에서는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TVA 하루히는, 스탭이 소설을 완벽하게 파악, 이해하고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독특한 센스나 패러디를 가감하여 완성해 낸 부분도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소실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야마칸이나 신세대 스탭이 빠져 생긴 공백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 장면 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쿈,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애절한 '유키', 가정적이고 상냥한 반장이자 이웃 친구이면서도 천진하게 웃는 칼부림 살인마 아사쿠라까지. 놓칠 수 없는 순간들 뿐이라 길면서도 길지 않은 영화입니다.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도, 목소리에서 귀를 뗄 수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쿈을 찌르고 나서 칼날에 묻은 피를 흩뿌리며 빙그르르 도는 아사쿠라의 씬이 참 소름끼치게 느껴지면서도 어쩐지 사랑스럽더군요..

그리고, 소실을 보고 났다면 뿌요씨의 스핀오프코믹 신작, '나가토 유키짱의 소실'을 봅시다. 재미 백배! (특히 아사쿠라 팬에게)


....그런데 일본에서 영화보는 이야기였던건지 애니극장판 감상문인지 좀 애매하게 되어 버렸군요.

하여튼 세 줄 마무리.

시네마 선샤인, 시네 리브르 모두 비추요.

만족도는 나노하>하루히>페이트. 그런데 뒤에 놓았다고 안 좋은게 아니라 다 좋았습니다.

국내 개봉 좀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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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00:42 2010/02/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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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 2010/02/09 01:32

    감상 잘 보았습니다. 만족도 순위는 저랑 비슷하시군요. ^^; 그나저나 사이타마 가깝습니다;; 신쥬쿠에서 사이쿄 라인을 타시고 아카바네까지 갑니다. 거기서 케이힌토호쿠선을 타시고 한정거장만 가시면 바로 사이타마.. (..) 겨우 5정거장 이군요;; 물론 Fate, 나노하, 소실 등을 상영하는 사이타마신토신 역까지는 아카바네에서 8정거장을 더 가면 있습니다. 역에서 내려 5분만 걸으면 극장인데.. ㅜㅡ 이케부쿠로와 신쥬쿠 극장들은 환경이 상당히 열악해서 보기 힘들지만, 사이타마 MOVIX는 시설이 상당히 좋답니다. 스크린도 당연히 크구요. 한국의 CGV 같은 느낌을 주지요. 사이타마가 뭐하면 카와사키도 좋습니다. 신쥬쿠에서 야마노테선을 타시고 시나가와까지 가신 후, 역시 케이힌토호쿠선을 타시고 아래쪽으로 4정거장만 가면 카와사키 입니다. 카와사키에는 아예 극장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 근처의 극장들은 시설이 모두 좋지요. 다음에 여행가실때에는 굳이 신쥬쿠나 이케부쿠로의 열악한 환경에서 보지 마시고 조금만 바깥으로 나와 보시는건 어떨까요? ^^;

    • 펭귄대왕 2010/02/09 12:15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관람비 1800엔에 한국 지방 단관극장만한 상영관과 불편한 의자라니.. 아무리 작품이 중요하다지만 너무 손해본 것 같아요 ^_^;
      맨날 다니던 도심 외의 지역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겠고.. 그리고 분명히 한 번은 사이타마를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려주신 내용, 다음에 유용히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ㅁㅁ 2010/02/09 01:33

    우와아아앙 나도 보고싶다orz

  3. 큰말 2010/02/09 16:42

    저...덕물이 빠진 듯...
    읽어도 이해도 공감도 안되는 것이...

  4. lghtwave 2010/02/11 10:18

    마법소녀물 보고 눈물이 뭐 어때서요! 괜찮습니다... 괜찮고요... ㅠㅠ
    지난 끝없는 하루히 덕분에 개인적으로 이미지가 좀 안좋아졌는데 감상문 읽고나니 소실은 꼭 보고 싶네요... 부럽습니다~

    • 펭귄대왕 2010/02/11 11:21

      옛날 어느 비디오가게에서 무심코 틀어놓고 있던 TV에 마침 나오는게 프란다스의 개 최종화였는데, 지나가다 들어온 손님이 '이 집 초상났어요?' 그랬다던 이야기가..

      소실을 위한 엔들리스다-라는 얘기까지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저는 엔들리스 2편까지만 보고 그 이후(한숨 포함해서)를 안 봐버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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